당신의 가방
그녀의 삶이 주인공이다.
그녀로 인해 삶(인생)은 태어났고,
그녀가 자라나는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삶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 무수한 사람들 ......
그리고 그녀의 연인 ...... 친구 ......
삶은 천천히 타는 모기향처럼 돌아돌아 ~ 모기향의
연기처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타오르고 있다.
사진 속에 흔들거리는 야경처럼 고정되기 싫은
그녀의 삶은 어떠한 상처의 망점에서도
그녀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있다.
그녀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가고 싶지 않은 그녀를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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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예민한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낭만과 이상을 꿈꾸지만 누구보다 현실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연애를 했고 오래가지 못한다.
헤어지는 원인은 늘 그녀다.
올해로 23살인 그녀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서울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았고, 지극히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
그녀는 멀리 가보지도 여행을 가지도 못해봤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옆 근처 반경 1km 내에 있는 물건에
투영시키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는 연애를 할 때도 애인에게 자신을 담으려 애쓴다.
결과는 매번 꽝이다.
그래도 그녀는 마흔 살이 되어도 아기 엄마가 디ㅗ어도 자신의 주변을
그녀로 물들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항상 꿈꾼다. 서울 금호동 현대아파트 102동 1703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을.
그곳에 있을 자신의 주변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다. 자신이 있는 ‘여기’를
떠날 수 없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주변에 ‘그녀’를 새기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이상과 낭만도 결국 현실 금호동 현대아파트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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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I. J양은 어제 늦게까지
잠을 못 잤다.
그녀는 꿈이 크다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꿈을 위해 그녀는 총. 845Kcal
더하기 360Kcal의 그러니까
많은 천이백오 개의 설탕가루를 몸에
붙였다. 나머지 450개는 그녀의 가시
때문에 공중으로 반짝이며 흩어졌다.
그녀가 원하는 건 반짝이는 설탕이 아니라
그 설탕을 닮은 꿈이었는데, 그녀는 2012년
4월 7일을 그려본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미래를......
그녀는 그래도 늘 마음에 그녀의 꿈을
지어 탄탄한 건축물을 설탕 속에 포장해
숨겨 놓았다. 거기에도 설탕가루가 묻어 있으니
설탕과 꿈은 닮은 구석이 많은 모양이다.
어쨌든 그녀는
설탕 묻은 궁전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것을 열 궁리를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2011년 2월26일
함께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친구를 사
겼다. 그 친구는 그녀와 다르게
반짝이지도 않고 날카로운 가시의 세련미는
없으나 부드러운 사랑의 털을 보송보송 잔디같이
가지고 있고 유머감각도 있다. 그녀와 같지 않지
만 그들의 색은 같기에 꽤나 둘은 잘 맞았다.
유머코드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녀는 이상적이었지만 그는 현실을 사랑했다.
그녀와 그는 만남 이후로 서로를 닮아가고 있고
그렇게 가슴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부드러운 한조각
이 두 사람의 가슴에 차곡차곡 내려 앉았다.
그녀는 생각해 본다. 내가 생각한
궁전은 설탕과 닮았었지만 결국 이전부터
잠 못 이루었던 이유는 그것은 설탕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구나.
그녀와 그는 하얀 새를 타고 그렇게
훨훨 궁전을 열어보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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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30대 초반의 이혼 여성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며, 회사가 끝나면 바로
집에 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교회에서는 반주자이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모아놓기를
좋아한다. 집에 있는 날은 물건들을 보며
감상에 젖기 일쑤다.
특히 그녀는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와의
추억이 있는 물건들을 남겨놓은 버릇이 있다.
대학교 때 처음 만났던 남자친구와의 사진이
담겨 있는 핸드폰. 그녀는 아직도 가끔 핸드폰을 충전해서
켜보곤 한다.
어릴 때는 참 얼굴을 많이 봤구나 생각하며
풋풋한 자신과 남자의 모습에 피식 웃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는 두 번째 남자친구
헤어지는 날 홧김에 선물로 받았던 시계를
끊어 버렸다.
세 번째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꼭 그 선물을 자신이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포장해주었던 색색깔의 리본들은 모두
재활용하고, 한 개만 남겨 놓았다.
마지막 선물을 포장했던 빨간 리본.
그리고 가장 최근의 추억이 있는 조약돌.
작년 여름 바다에 가서 주어온 돌이다.
하지만 그와도 끝난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녀는......인생의 다섯 번째 남자이자
마지막 남자가 될 ‘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님을 만나는날.
이 모든 물건들은 버려지리라.
(결혼할 사람이 생기면 버려야지 생각 중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찬양르 틀어놓고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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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금이 아닌 과거에
언니는 베네치아를 꿈꾼다.
그래서 그곳으로 떠났다. 손수건과
그곳에서 그녀느 베네치아의
배를 타며 그곳을 느꼈고
그곳의 감정을 그리운 누군가에게
편지로 남긴다.
그녀는 그 편지의 주인공을
현재 만났다.
그 친구는 그녀가 없을 당시의
날짜들을 카드로 모아 주었고
편지에 대한 답을 주었다.
* 이상의 글은 다섯 참가자의 글 모음입니다.
* 모두 다섯 명의 ‘그녀’가 등장합니다.
* 그녀는 동일 인물일 수도 서로 다른 그녀들이기도 합니다.
*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요?
당신의 가방
참석 인원 5명 (성신여대 판화과 대학원 학생)
1. 참가자는 각자 한 개의 가방을 미리 받았다.
2. 가방 안에는 "당신의 가방"에 관련된 게임규칙이 적힌 편지가 들어 있다.
3. 규칙은 상상의 인물 (실재, 허구, 동물, 무생물 등)을 창조한다.
4. 가방 안에 상상의 인물과 관련된 단서들을 담는다.
5. 게임 당일 참가자는 각자 타인의 가방 하나를 받는다.
6. 가방 속 단서를 보고 각자 그 인물에 대한 글쓰기를 한다.
7. 각자의 글은 본래 상상의 인물을 창조한 작가 자신이 직접 낭송한다.
* 이번 글쓰기는 시인 이상의 예술가적 정체성에 관한 실험이다.
** 현실과 허구, 실재와 가상, 자연과 예술의 관계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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